늦게 온 보살
컨테이너가 대형 화물선에 실려 한 항만으로 들어온다.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. 수많은 컨테이너 중 하나일 뿐이다. 중년의 여성 ‘보살’이 산에 오른다. ‘가혜’는 측정기를 들고 산 속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고 다닌다. 청년들은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만든다. 보살은 컨테이너가 놓일 곳을 찾아간다. 가혜는 산중 사찰에서 자신의 전생을 본다. 보살이 마침내 컨테이너에 뒤늦게 도착한다. 또 다른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인다. 영화의 섬세하게 조절된 톤은 그 배경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장소라는 설정과 묘하게 마찰을 일으킨다. 등장인물들은 내러티브 바깥을 떠도는 것 같으며, 서로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. 뒤섞이는 산, 불교 신화, 원자력 발전소, 미술 등의 이미지는 줄거리의 개연성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. 그러나 이 영화는 개연성을 잃어버린 사회를 묘사하는 것에 가깝다. 결과적으로 관객은 이 영화를 보고 위대한 성인의 열반만이 아니라, 각자의 죽음에 도달하는 과정,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생겨나는 ‘모임’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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